[밀물 썰물] 사라지는 종이사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950~60년대 미국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차고의 스테이션왜건, 거실의 제니스TV, 서재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중산층의 3대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도 1968년 한국브리태니커회사가 설립돼, 1994년 전 27권으로 된 한국어판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사전'이 완간됐다. 한국어판은 영어판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8번째로 출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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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의 보급은 종이의 일반화와 인쇄술 혁명에 힘입은 바 크다. 11세기 말 이후 유럽 곳곳에 대학이 생기면서 지식인층이 늘어나고 책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상거래 계약문서의 작성 등 생활상의 필요와 르네상스 시대의 지적 호기심도 글에 대한 수요를 가속화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세 유럽에서는 손으로 글을 베껴 쓰는 필경사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 비로소 과학·의학 등 전문지식과 문학작품 보급이 일반화됐다. 포스터, 팸플릿 출판 등을 통해 종교개혁을 가져왔다고도 평가된다. 인쇄술이 지식과 사상의 전파를 통해 인류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브리태니커 종이사전이 1768년 첫선을 보인 지 24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 혁명에 밀려난 결과다. 브리태니커는 32권에 160만 원이나 하는 종이사전을 더 이상 출간하지 않고 1년에 70달러만 내면 각종 정보와 휴대전화용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상징적 유산이었던 브리태니커 인쇄판 사전의 쓸쓸한 퇴장을 바라보면서 모바일 시대의 빅뱅을 실감한다. 한편으로 '종이책·종이잡지는 바퀴·망치처럼 인류가 넘어설 수 없는 발명품'이라고 한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말도 여운으로 남는다. 백태현 논설위원 hyun@
기사입력 2012-03-16 11:15 최종수정 2012-03-16 14:24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1950~60년대 미국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차고의 스테이션왜건, 거실의 제니스TV, 서재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중산층의 3대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도 1968년 한국브리태니커회사가 설립돼, 1994년 전 27권으로 된 한국어판 '브리태니커 세계대백과사전'이 완간됐다. 한국어판은 영어판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8번째로 출판된 것이다.
백과사전의 보급은 종이의 일반화와 인쇄술 혁명에 힘입은 바 크다. 11세기 말 이후 유럽 곳곳에 대학이 생기면서 지식인층이 늘어나고 책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상거래 계약문서의 작성 등 생활상의 필요와 르네상스 시대의 지적 호기심도 글에 대한 수요를 가속화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세 유럽에서는 손으로 글을 베껴 쓰는 필경사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후 비로소 과학·의학 등 전문지식과 문학작품 보급이 일반화됐다. 포스터, 팸플릿 출판 등을 통해 종교개혁을 가져왔다고도 평가된다. 인쇄술이 지식과 사상의 전파를 통해 인류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과학이 세상을 바꾼다').
브리태니커 종이사전이 1768년 첫선을 보인 지 24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 혁명에 밀려난 결과다. 브리태니커는 32권에 160만 원이나 하는 종이사전을 더 이상 출간하지 않고 1년에 70달러만 내면 각종 정보와 휴대전화용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상징적 유산이었던 브리태니커 인쇄판 사전의 쓸쓸한 퇴장을 바라보면서 모바일 시대의 빅뱅을 실감한다. 한편으로 '종이책·종이잡지는 바퀴·망치처럼 인류가 넘어설 수 없는 발명품'이라고 한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말도 여운으로 남는다. 백태현 논설위원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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